
바야흐로 에로영화 전성시대. 벗기려고만 하는 야만 속에서 자신을 쟁취하기 위해 맞짱도 서슴지 않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쉬쉬할 수밖에 없었던 ‘애마’에 얽힌 상징적인 욕망과 통념적인 편견을 깨부수기 위한 이하늬와 방효린의 연대가 시작된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어 원작 ‘애마부인’과 관련해 “애마라는 단어의 상징성을 단순히 주인공 개념에 한정 짓지 않고 넓게 해석하고 싶었다. 80년대 사회와 대중들의 욕망을 응집한 아이콘으로서 애마가 삶은 많은 편견과 맞서는 일이다. 그 견딤과 버팀을 응원하는 이야기”라며 “특히 안소영 배우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얻었고 충분한 교류를 가졌다. 선배님께 갖고 있는 존경심과 걸어온 길에 대한 파이팅을 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하늬는 출산을 앞둔 탓에 비대면으로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현장에 얼굴을 비추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둘째 출산은 더 빠르다 해서 컨디션이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약속을 못 지킬까 싶었는데 오늘 나오진 않을 거 같아 참석하게 됐다. 다음 주가 예정일이라 뒤뚱거리며 다니고 있다”며 “애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배가 나와있지만 시청자들에게 인사드리고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이하늬는 80년대 최고의 탑배우 ‘정희란’을 연기한다. 주체적인 매력을 선보일 그는 “옛날 시스템을 온전히 경험했다고 하긴 그렇지만 얼핏 끝물을 본 세대다.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되는 부분에 있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있었다. 오히려 판이 깔리니까 자유롭고 과감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각으로 80년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구나 싶어 애마를 반갑게 맞이했던 기억이 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불합리에 맞서기에는 너무 신인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상처로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 사람이 먼저이기 힘들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이기에 조금 더 우리가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덕분에 나도 단단해졌다. 다시 만나면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 같고 실제로 단호하게 말하게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정희란을 대체할 신인 배우 ‘신주애’ 역은 방효린이 맡았다. “나이트클럽 탭댄서로 살며 희란을 동경한다. 오디션을 보고 애마 역할에 뽑히고 배우로서 성장하게 된다”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와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찬가지로 하늬 선배님을 동경하기 때문에 있는 마음 그대로 연기했다. 선배님께서 잘 챙겨주셔서 즐기면서 따라 열심히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하늬는 후배와의 워맨스 호흡에 대해 “놀라운 배우다. 첫 작품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연기할 때마다 탄복하게 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에너지였다. 연꽃처럼 아름답고 말갛게 있는 모습이 연기에 묻어나서 귀했다. 애마가 공개된 후에는 더는 아는 척을 안 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또 이 감독은 “기성이 아닌 신인이 연기하길 바랐다. 몇 천 분을 뵀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를 찾기가 어려웠다. 신주애의 등장처럼 오디션 끝물에 방효린 배우가 나타났다. 마침내 만난 느낌이었다. 덤덤히 대사를 읽는데 주책맞게 엉엉 울었다. 오랜만에 진짜를 만난 감동이 컸다”고 하자, 방효린은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진선규는 신성영화사의 대표 ‘구중호’로 분한다. 속물을 대변하는 그는 “욕망을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남들은 욕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는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상업적인 능력도 뛰어난 것이라 생각한다”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해서 진절머리 나는 캐릭터라 ‘잘났다’, ‘뻔뻔하다’, ‘나는 다 할 수 있다’ 등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도록 연기했다”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신인 감독 ‘곽인우’ 역에는 조현철이 낙점됐다. “비전이 있고 작품에 대한 욕망도 있지만 주변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두다 한순간에 터지게 된다”면서 “촬영 당시 나의 첫 영화가 개봉했을 시기라서 인우의 감정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고 주변에 인우처럼 불행한 인물이 많아 그들을 떠올리며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연출과 관련해 “80년대 고증을 따르되 갇히지는 않으려 했다.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번쩍거릴수록 그 과시욕이 폭력적으로 읽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면서 “이야기 면면을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현재와 맞닿아 있는 부분을 느낄 것. 폭력성, 야만성은 사회 자체가 자각하고 고치려 하고 있는 과정에 있으나 구중호 같은 캐릭터는 여전히 내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과정이 어쨌건 장사만 되면 된다고 얘기하는 이들과 그런 병폐가 아직까지 답습되고 있다”며 영화계 현주소를 꼬집기도.
끝으로 이하늬는 “판타지라 생각하면서도 내 안에서 계속 질문하게 되더라. 그때 누군가는 희란이나 주애 같은 선택을 했다면 조금 더 빨리 시대가 좋게 변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한다”면서 “극 중 인우가 ‘여기에 저의 인생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애마는 내게 그런 작품인 것 같다. 새로운 애마를 대중들이 어떻게 보실지 기대되고 설렌다. 많은 사랑과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시청을 당부했다.
한편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오는 22일 공개된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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