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桓檀古記)’ 언급을 두고 역사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계에서 이미 ’위서(僞書)’로 결론난 사안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논쟁거리처럼 다루면서 잘못된 역사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 이사장이 “전문 연구자들 견해가 더 설득력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볼지 근본적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반문했다.
‘환단고기’는 단군 이전에 고대 한민족이 유라시아 전역을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1911년 계연수가 저술하고 1979년 이유립이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대상과 맞지 않는 용어 사용과 불분명한 출처 등으로 학계에서는 위서로 규정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대통령의 발언이 검증된 역사와 유사역사를 동일선상에 놓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요근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는 “전문 역사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유사역사가 주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진위를 따지는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역사 인식이 확산하고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도 “환단고기 논쟁은 연구 방법론과 검증 기준이 전혀 다른 주장을 학문적 이견처럼 포장해 생긴 것”이라며 “공적 영역에서 다루면 학계 갈등을 키우고 역사 인식을 정치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가 환단고기를 위서로 보는 근거는 명확하다. 1979년 이전에 이 책을 본 사람이 이유립 외에는 없고, ‘국가’ ‘인류’ ‘남녀평권’ 등 근대 이후 한자어가 다수 등장하며, 고고학적으로도 환국이나 배달국 시기는 국가가 생겨날 수 없었던 신석기시대였기 때문이다.
야권은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논란이 아닌 것을 의미 있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켰다”며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평평설’ ‘달 착륙 음모론’도 국가기관이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학문과 위서를 ‘관점의 차이’로 동급 취급한 것”이라며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14일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남준 대변인은 “역사 관련 다양한 문제의식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고, 분명한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