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기상캐스터 재계약에 시청자 항의 폭주… “방관도 공범”
MBC 뉴스 게시판에는 21일부터 기상캐스터 재계약을 비판하는 글이 22개 이상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은 불인정", "괴롭힘 판단...직장 내 괴롭힘은 불인정", "MBC 모든 프로그램 안보기로 시작합니다" 등의 제목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가해자들이 아무일 없다는 듯이 날씨예보를 전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라며 "한 명만 계약해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명이 주도했어도 나머지 세 명은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는 22일 "지난 20일 기상캐스터 김가영, 이현승, 최아리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A씨와는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MBC 측은 "특별근로감독 조사 결과 3명의 기상캐스터를 가해자로 볼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오 캐스터에 대한 괴롭힘 가해자를 한 명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약한 3명의 계약은 올해 12월까지 유지된다.
이번 MBC의 조치를 두고 여론이 크게 갈리고 있다. 다수 의견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으로,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면죄부로 해석해 1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며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는 "고용노동부가 한 명만 가해자로 인정했다면 MBC 조치가 합당하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족 측은 앞서 김가영 기상캐스터가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 "주된 가해자가 있고 단순 동조를 하거나 방관을 한 사람도 있지만 유가족이 기상팀 모두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마음은 아니다"라며 "방관자에 불과한 사람이 주된 가해자로 오해받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족 측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인물도 A씨 뿐이어서 이번 재계약 조치에 대한 반응이 더욱 분분한 상황이다.
고 오요안나의 친오빠는 지난달 30일 고인의 SNS 계정을 통해 "동생이 겪은 괴롭힘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의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날씨를 전하며 안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는 유가족들에게 2차 가해로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MBC는 1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 없이 수행하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청자들의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